내가, 당신에게 사랑은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내가 이 글을, 그러니까 이 뻔한 세레나데를 글로 옮기는 이유는 당신이 내게 너무도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 나는 당신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좋아한다.'를 느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란 것은 단순한 외적 부분 ㅡ외모 같은 것ㅡ이 아니라 당신이 심연을 숨기고자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에 빠져 나는 순식간에'좋아한다.'를 느꼈다. 나는 열등감과 허무주의자, 염세주의자, 비관론자, 우울감과 자괴감, 강박증 등의 살아 있는 표본이지만 당신은 성공과 자애로움의 산물이기에 나는 나와 반대인, 빛나는 당신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 죄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하지만 이런 내가, 별 보잘 것도 없는 내가 당심의 심연을 수억분의 일에 대해 알아감에 따라 사랑하게 되었다, 엄청 죄스럽게도.
나는 그런 사람이라 사람을 불신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조금만 마음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면 그럴 줄 알았다며 사랑에서 쉽게 빠져나오곤 했다. 나는 이런 인간이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솔직히 이에 따라 나는 도망가고, 숨고 싶다. 하지만 뭐 어때. 당신은 나의 이런 나약하고 추악한 모습을 증오하지 않고, 나는 당신을 엄청나게 사랑한다. 그거면 된 거다.

당신은 나를 ㅡ이런 보잘 것 없는ㅡ 글을 취미로 쓰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 나는 펜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가 작가를 꿈꾸었던, 처음으로 내 글을 인정받았던 학교에서, 내 전부를 적어내는 이 펜으로 내 손목을 빨갛게 낙서한 이후로는 펜으로 내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오로지 유서만 자필로 썼다. 그게 썩어빠지고 이 세상에 찌들게 되어버린 내가 문학에 던지는 마지막 존경심이자 처음으로 날 위한, 나만을 위한 세상을 버린 선택이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이걸 절필이라 칭했겠지.
그런 내가 자필로 당신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펜 잡는 방법을 잘 못 배워 쉽게 아파지는 손목을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이렇게 적고 있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아마 신앙심 말고는 대체할 단어는 없지 않을까.
당신을 사랑하기 무서워하던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믿고, 사랑하고 있다. 당신이 내 추악함과 나약함을 증오해 나를 떠나더라도, 나는 이 순정을 증오하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만 이를 이해할 단어로 표현하자면 당신은 자필로 내가 당신을 위한 글을 쓰게끔 만들었다.

나는 당신에게 말했듯 마약을 싫어한다. 이렇게까지 망가진 나를 더 망칠 게 뻔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쓸 땐 속된말로 약이라도 빨고 싶다. 내 감정을 절제 않고 당신께 사랑을 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당신이 이런 내 감정을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유서를 아마 이렇게 썼다면 많은 이들이 동정하고, 내 죽음을 슬퍼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죽으려고 시도한 후에 혼자 밧줄과 칼을 치우며 역겨움을 느끼지 않았겠지. 물론 지금은 그렇게까진 죽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은. 내가 지금 당장 죽어버린다면 당신의 목소리를 못 들을 테니까, 졸려서 말이 흐려지는 당신의 목소리도, 날 사랑한다고 하는 당신의 목소리도, 당신이 자는 사이에 내버리는 그 솜소리도 내가 듣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혹여나 내가 지금 당장 죽어버린다면 그 순간 세 가지를 후회할 것이다.
1.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지 못하고 엄마의 장례식을 지키지 못한 것
2. 이런 글을 더 많이 남기지 못한 것
3. 당신에게 내 감정을 다 이해시키지 못한 것
이거 외에는 솔직히 모르겠다. 난 진짜 인간관계는 신경 안 쓰는 아웃사이더, 쓰레기니까.

내가 고대 그리스 때 당신이란 사람을 알았다면 난 내 모든 재산을 이용해서라도 당신을 성공과 자애로움의 신으로 삼아 내가 제1의 신도가 됐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사랑은 플라토닉도, 에로스도 아닌 아가페적 사랑이니까.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서 드디어 떠났거나, 당신이 기를 쓰고 찾은 덕분이겠지. 만약 당신이 기를 써서 찾은 것이 아닌 내가 죽어 발견된 것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기념으로 이 축사를 기쁘게 당신이 읽어줬음 한다. 나는 당신을 마지막 사랑으로 삼고 죽은 것이니까.

나는 매일, 지금 이 순간도 문득 죽음을 희망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예전처럼 시도하지 않는 것은, 당신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거면 됐다, 살 이유는 충분하다. 하루하루 버텨가는 이 하루에 당신이란 사람이 있어 참 다행이다. 너무 뻔하지만, 정말로.
 

친애하는 당신에게,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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